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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레21보도, 직장내 성폭력 피해자 산재신청 법률자문] “쟤는 돌아오면 뒈질 거다” 어디선가 험담이 들리고"
김재희 변호사는 “이전에 직장 내 성폭력,성희롱 피해자를 맡았을 때 민형사 소송,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산재 신청을 함께 하려고 했지만 산재를 신청할 때 심사 기관에서 성희롱이 업무상 발생한 재해인지를 입증해야하는데 이를 실무상 입증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산재 신청을 하려면 정신질환이 업무상 산재라는 인과관계까지 입증해야 한다. 실무상 산재 신청하기 어려워 국가인권위 진정이나 형사 결과가 나와야 산재 심사 때 다음 작업을 할 수 있어서 민사소송으로 대신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쟤는 돌아오면 뒈질 거다” 어디선가 험담이 들리고
정신과에 입원까지 했지만,
명확한 인정 기준 없어 산업재해 인정받는 것은 고난의 대장정
해가 들지 않던 12월2일, 화장기 없는 맨얼굴에 하얀 병원복을 입은 여성이 병원 앞에 마중 나왔다. “아무래도 카페에선 제 피해를 이야기하기 힘들어서. 다른 사람이 들을 수도 있고….” 병원에 다시 입원한 지 20여 일째. 직장 내 성폭력을 당하고 회사에 나가지 않은 지 11개월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악몽을 꿨다. “그들이 나에게 다가와 따지는 꿈을 꾼다. 자려고 하면 2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여자들이 수군대는 환청도 들린다. 이게 꿈인지 실제인지 잘 모르겠다.”
인사 담당자에게 문의했는데…
피해는 2017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도권의 한 대형 병원에서 일했던 우영아(30·가명)씨는 부모님이 사는 곳 강원도 내 ㅇ의료원에 같은 해 6월 취직했다. 입사 한 달쯤 됐을 때, 같은 부서 남자 선배 ㄱ씨의 터치(접촉)가 시작됐다. “주물러준다며 어깨를 만지거나, 운동하냐고 물으면서 팔뚝을 주물렀다.” 처음엔 그저 자신이 오해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항의하지 않으니까 수위가 점점 높아졌다. 세면대 앞에 서 있으면 스치듯이 엉덩이를 만지고 지나갔다. 교육하러 가던 날엔 팔꿈치로 내 가슴을 툭툭 쳤다. 정말 노이로제에 걸릴 것만 같았다.”
성추행 피해는 연쇄적으로 2차 가해를 불러일으켰다. 우씨는 성추행을 당한 지 두 달쯤 됐을 때 인사 담당자를 찾았다. “인사 담당자에게 성추행을 당하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봤다. 담당자는 절차는 알려주지 않고 계속 가해자가 누구냐고만 물었다.” 도움을 받을 수 없겠다는 생각에 가해자 이름을 대지 않고 사무실을 나왔지만,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주변 동료들이 “너 성추행 당했다며?”라고 물어오기 시작했다. 그 이후였다. 자신이 문란한 여성으로 회사에 낙인찍힌 것은.
‘가끔 외박하는 것 같아. 어젯밤에 남자친구랑 같이 있었던 거 아니야?’ ‘인사 담당자한테 잘 보여서 채용된 것’ 같은 유의 말들이 퍼졌다. 피해를 이야기한 사람은 인사 담당자밖에 없었다. 직위를 통해 얻은 정보를 이렇게 유포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신감에 몸을 떨었다. “나는 피해자고 가해자는 따로 있는데, 이걸 증명하지 않으면 이 회사를 다닐 수 없겠더라.” 우씨는 같은 해 12월 강제추행과 명예훼손 혐의로 ㄱ씨와 인사 담당자 ㄴ씨 등 3명을 고소했다.
복직 앞두고 다시 찾아온 조울증
고소 뒤 피해자는 고립됐다. “의료원 망신이다” “지도 좋았던 것 아니냐” “쟤는 돌아오면 가해자들한테 뒈질 거다”라는 이야기가 귀에 들어왔다. 눈인사를 피하는 사람들, 업무에 협조하지 않는 타 부서원들…. 퇴근하고 집에 오면 피해를 말한 자신을 되레 이상하게 쳐다봤던 사람들의 눈이 떠올랐다.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
우씨는 고소한 지 한 달 만에 결국 정신과에 입원했다. 진단명은 우울장애. “소주를 3병 정도 마시지 않으면 잠잘 수 없는 날들이 이어졌다. 잠을 자야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한 달 뒤 퇴원하고 통원치료를 받았지만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다. 가끔 먹었던 수면제는 반 알에서 여덟 알까지 늘었다. 술과 수면제를 함께 먹는 날이 늘고, 자살 충동까지 일었다.
병가 중인 우씨는 10월 말 복귀를 앞두고 눈물 나는 일이 늘었다. “옷을 입으려고 하면 눈물이 나고 자신을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 있는 회사에 갈 생각을 하면 가슴이 쿵쾅거렸다.” 서른이 넘은 나이, 다시 다른 회사 정규직으로 취직하긴 불투명했다. 복직하자니 숨을 쉴 수 없이 가슴이 답답해졌고, 퇴사하자니 두려웠다. 우씨는 11월 중순 다시 입원했다. 상태는 더 나빠진 ‘양극성장애 Ⅱ형’, 일명 조울증이었다. 우씨의 진단서엔 “우울한 기분과 예민하고 들뜨는 기분이 혼재된 양상이며 불안, 수면 장애와 함께 충동 조절의 어려움이 혼재된 증상을 호소하고 있음”이라고 적혀 있다. “최근 갑자기 조증이 와서 제3금융권에서 1천만원 대출을 받았다. 다음달이면 갚을 수 있고,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해자의 신고로 석 달 동안 ㅇ의료원 감사에 착수한 강원도 인권센터는 우씨의 성희롱 피해를 인정했다. 조사 결과 성희롱 대책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우씨의 피해에 대한 비밀 유지 의무도 준수되지 않았다. 보고 누락 등 성실 복무 규정도 지켜지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ㅇ출장소도 2018 2월 가해자들의 성희롱 사실을 확인하고 징계나 그에 준하는 조처를 하도록 지시했다. ㅇ의료원은 강제추행한 ㄱ씨에게 정직 2개월, 인사 담당자 ㄴ씨에게는 강등을 결정했으나 ㄴ씨가 지방노동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해 정직 1개월로 낮춰졌다. ㄱ씨와 ㄴ씨는 현재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ㄱ씨는 우씨를 무고 혐의로 고소했으나 각하됐다.
가해자에게 단호하게 하라는 교감
서울 양천구의 한 고등학교에 2017년 부임한 새내기 교사 고은주(가명)씨도 선배 교사 ㄷ씨에게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했다고 했다. 부임 한 달 뒤 ㄷ씨는 네일아트를 한 고씨의 손톱이 신기하다며 손을 만지거나, 고씨의 머리를 쓰다듬기도 했다. “ㄷ씨에게 왜 머리를 만지냐고 항의하면 ‘파마 모양이 신기해서’, 겨드랑이와 옆구리를 만지곤 ‘운동복이 신기해서’라고 변명했다. 쭈그려앉아서 파스가 붙어 있는 내 발목을 만지기도 했다.”
참다 못한 고씨는 2017년 6월 부장 선생님을 통해 교감에게 알렸다. “피해를 말하기 쉽지 않았다. ‘잘해줬더니 성추행범으로 몬다’ ‘새로온 애가 이상하다’ 이런 소문이 돌까봐 걱정됐다.” 첫 출근 뒤 학교 직원 70명 모두에게 잘 부탁한다는 인사말과 사탕까지 돌린 고씨였다.
피해를 말했지만 고씨는 방치됐다. 고씨는 “교감 선생님은 나한테 ‘가해 교사에게 (만지지 말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하라’는 말만 하고 아무 조처도 해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렇게 참기를 6개월. 가해 교사가 고씨의 옆 사무실로 올 수도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고씨는 교감에게 다시 고충을 호소했다. ㄷ씨가 자필 사과문을 쓰고, 고씨의 사무실에 출입하지 않을 것을 약속받았다. 고씨는 “가해 교사의 전출을 요구했지만 학교는 난색을 표했다”고 말했다.
고씨가 폭발한 건 ㄷ씨가 사무실을 방문해도 되겠냐고 메시지를 보낸 2018. 6월. “겨우 약속받은 공간 분리였는데 내 요구를 무시했다.” 고씨는 8월 서울교육청 감사관실에 해당 사안을 알렸다. “나는 정신과에 갈 정도로 약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고씨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진단을 받고 현재 질병 휴직 중이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집중 지원한 직장 내 성폭력 피해 36건, 59명을 분석한 결과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은 우씨와 고씨를 포함해 총 15명이었다. 이 중 3명은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우씨뿐만 아니라 문화융합대학원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남정숙 전 성균관대 교수, 울산의 한 시설공단 소속 피해자 ㄹ씨가 산재 신청을 했다. 고씨는 산재에 해당하는 공무상요양 승인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질병? 사고? 물어볼 때마다 바뀌는 말
고씨는 공무상요양 승인을 받기 위해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전화했다. 전화를 받을 때마다 상담원들은 학교 내 성폭력으로 인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했다. “처음엔 ‘사고’, 그다음엔 ‘질병’, 다시 ‘사고’라고 했다”며 “제대로 된 기준이 없는 게 너무 화가 나 다시 물었더니 또 질병이라고 했다”. 공무원들은 공무상요양 승인을 신청할 때 재해 유형이 사고인지 질병인지에 따라 다른 서류를 내야 하는데,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일어난 질병에 명확한 재해 인정 기준이 없어 오락가락한 답이 나온 것이다.
우씨도 고씨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근로복지공단에서도 계속 말이 바뀌었다. 맨 처음엔 가해자가 ‘송치되면’ 심사 결과를 올리겠다더니, 그다음엔 ‘기소되면’으로 바뀌고, 기소되니까 ‘1심 재판 결과가 나오면’으로 바뀌었다. 성폭력 피해를 입고도 형사고소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 직장 내에서 성희롱 피해를 겪고도 고소하지 않으면 산재 승인도 못 받나? 이미 유관 기관인 노동청에서도 성희롱 피해를 인정했는데 어떤 결과를 더 가져다줘야 할지 모르겠다.”
노동 전문가들은 노동 사건을 다루는 기관들이 성희롱 판단을 미룬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도담’의 김민아 노무사는 “우씨의 경우 같은 기관인 노동청에서 판단했는데도 1심 판결을 요구한 건 아쉽다”며 “이렇게 판단을 보류하는 건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전에도 직장 내 성희롱 사건과 부당해고가 결부된 사건이 있었는데, 노동위에서 성희롱을 건드리지 못하고 절차 부분을 문제 삼아 부당 해고라고 결정 냈다”고 말했다. 박다혜 금속노조 법률원 소속 변호사도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정신질환 피해는 업무상 관련성이 인정되면 통상의 정신질환 산재처럼 인정할 수 있다. 형사사건이 선결적으로 요하는 건 잘못이다”라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형사판결을 받아와야 한다는 내부 규정은 없다. 다만 1심이 진행 중이라 판결 이후로 판단을 보류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산재 인정 기준이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김재희 변호사는 “이전에 직장 내 성폭력,성희롱 피해자를 맡았을 때 민형사 소송,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산재 신청을 함께 하려고 했지만 산재를 신청할 때 심사 기관에서 성희롱이 업무상 발생한 재해인지를 입증해야하는데 이를 실무상 입증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산재 신청을 하려면 정신질환이 업무상 산재라는 인과관계까지 입증해야 한다. 실무상 산재 신청하기 어려워 국가인권위 진정이나 형사 결과가 나와야 산재 심사 때 다음 작업을 할 수 있어서 민사소송으로 대신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신청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고평법)을 보면 직장 내 성희롱을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한다. 근로복지공단의 직장 내 성폭력·성희롱으로 인한 산재 신청 건수는 2014년부터 2018.(9월)까지 2건(승인 2건), 2건(승인 1건), 8건(승인 8건), 11건(승인 11건), 8건(승인 8건)으로 점점 늘고 있지만 신청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2017년에만 상담한 통계를 보면 ‘직장 관계에 있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 피해 상담’이 375건으로 전체 1260건 중 약 30%를 차지한다. 피해자-가해자 관계 유형 중 가장 높은 비중이다. 직장 내 관계를 보면 상사에 의한 피해가 50%(188건)로 가장 높고, 동료가 18.7%(70건), 고용주가 14.7%(55건)로 뒤를 잇는다. 직장 내 성폭력 피해 상담 유형을 보면 강제추행과 준강제추행이 47.7%로 가장 많았다. 성희롱 피해는 28%, 강간 및 강간미수 상담도 15%를 넘었다.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 사건도 2013년 370건, 2014년 519건, 2015년 522건. 2016년 556건, 2017년 728건으로 점점 늘었다. 직장 내 성희롱 문제가 심각한데도 산재를 신청하거나 인정받는 건 무척 어려운 셈이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로 인한 산재 신청 건수가 적은 것에 대해 성폭력 사건과 정신질환이라는 특수성을 지적했다. 김민아 노무사는 “산재를 신청하려면 진단서가 있어야 하는데 정신과 진료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 상담받더라도 기록에 안 남게 하기도 한다. 또 성희롱 특성상 많이 쉬쉬한다”고 말했다.
정진주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장은 “근로복지공단 내에서 직장 내 성희롱 뒤 오는 질병에 대한 산재 승인은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성희롱을 산재로 연결시키는 사람이 적고, 우울감에 빠진 피해자가 많은 서류를 작성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대리인을 구하려면 비용이 들어 산재 신청 건수가 적다”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의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으로 인한 정신질환 산재 처리 비율은 평균 96.7%에 이른다.
산재라는 인식 퍼지면 예방 효과 있어
산업재해는 업무상 재해로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을 의미한다.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산재로 볼 수 있을 것이냐에 관해 ‘업무상 관련성’ 인정 여부엔 이견이 있지만 직장이라는 특수한 공간과 노동환경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산재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여전히 직장 내 성희롱의 후유증을 ‘남녀 관계에서 발생한 일’ 혹은 피해자가 ‘개인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일’로 치부되는 게 현실이다.
정진주 위원장은 “업무 관련해서 직장 내 상사나 동료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은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산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산재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재보험법 양쪽으로 적용되고 있다. 고평법에 직장 내 성희롱 규정을 두고 있지만, 직장 내 성희롱으로 생긴 정신질환을 산재로 연결짓는 데까지 사회적 인식이 아직 부족한 것 같다.”
직장 내 성희롱이 산재로 처음 인정된 건 2000년 부산 새마을금고 사례다. 이 새마을금고 여직원은 직장 상사에게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당해온데다 회사 문제로 상의하자고 불러내 상사가 성폭행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
직장 내 성희롱으로 오는 질병은 우울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대인기피증 등 다양하다. 두통, 위장장애 등도 성희롱 증후군에 속한다. 이런 후유증이 산재라는 사회적 인식이 퍼지면 피해자의 노동권도 보장된다. 산재로 승인받으면 직장 내 관계에서 원치 않았던 피해로 후유증을 앓는 피해자가 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치료비는 물론 임금의 70%를 휴업급여로 받을 수 있다.
박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산재는 보상 범위도 다루지만 예방도 함께 가는 거다. 산재로 승인되면 사업주도 부담을 느끼고, 산재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산재가 많이 일어나는 회사는 보험료 부담이 늘어 적극적으로 직장 내 성희롱 예방에 나설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 위원장도 “성희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잘 돌보지 않고 배려가 적은 조사 방식은 2차 피해로 보고 산재 승인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8. 6월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은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을 업무상 재해 유형으로 직접 규정하는 내용을 신설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손이 다치면 조치를 하듯
남정숙 전 교수는 11월8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서를 냈다. 남 전 교수는 공황장애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갑자기 길에서 쓰러져 인대를 다치기도 했다. 남 전 교수는 “직장 내에서 성폭력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나는 평범한 일상을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뒤로 인생이 파탄 났다”고 말했다. 익명으로 남 전 교수의 피해 사실이 학교에 알려진 뒤, 남 전 교수는 교수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했다. 남 전 교수는 <한겨레21>에 “공장에서 손이 다쳤다면 조처를 하듯이 조직 내에서 발생한 육체적·정신적 피해에 대해 개인에게 책임을 미룰 것이 아니라 조직이 책임지고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